2013/08/01 12:02

로드스꼴라 베트남&라오스 여행 답사의 단상 13' 로드스꼴라: Vietnam & Laos


자도 자도 시간이 흐르지 않는 오랫만의 장거리 이동!! 내 이제 계란 한판 부터는 이딴 짓 안하려고 했지만, 아이들이 가 볼 가장 난 코스 중 하나인 이 장거리 이동을 미리 답사해 보기는 해야겠다는 신념하나로, 25시간을 누워서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예전에 하노이에 살 때, 알고 지냈던 한국 여행사 사장님이 이 버스 티켓의 가격을 묻는 나에게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버스 가다가 사라지는 버스야. 돈 더주고 비행기 타고 가!!" 

그때 아저씨가 말렸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세계 여행자들이 기피하는 난코스 중 하나인 베트남 하노이 - 라오스 루앙프라방 구간을 또 온 것이다. 내가 미쳤지.

오늘이 언제인지, 여긴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영혼을 반 쯤만 가진 채 나는 루앙프라방 시내로 뚝뚝을 타고 들어왔다. 야시장도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는 늦은 시각, 왠일인지 예전에 묶었던 허름한 게스트하우스 문 앞에는 모두 'full'이라고 써 있는 종이가 매정하게 휘날렸다. 여행자들이 넘쳐나는 덕에 숙소도 모자르고, 한국 여행사의 단체 관광객 어르신들도 여기저기 자주 마주치고, 비엔티엔에는 외국인 상대의 강도 사건들이 많아지고 있다니... '라오스 이녀석, 너무 열렸구나' 하는 섭섭합이 훅 다가왔다. 흑흑. 간신히 가정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의 방 하나를 잡고 누워보니, 허리가 아파 잠도 오지 않고, 오히려 지난 베트남 답사 2주의 단상이 떠올랐다. 조잘조잘 떠들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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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의 단상 >
1. 여 행 명 : 로드스꼴라 4기 길가온2과정 베트남, 라오스 답사

2. 대상, 인원 : 총 1명 (최유리)

3. 일 시 : 2013년 1월 15일(화) ~ 2013년 2월 4일(월), 총 19박 21일


 


#1
HOTPOT, Tra Viet, KoTo, Life Art, To He, Tay Bac, Craft Link... 등등 멋찐 일을 꾸미고 진행해 오고 있는 베트남의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고 왔다. 이미 베트남 내에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호치민은 물론이고 하노이의 사회적기업가들까지 소개소개 받고, 새로운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 열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한 발짝만 더 그들 안으로 들어가 보면 더 새로운 인연들이 있고, 더 많은 배움이 무한 할 것 같다. 물론 직접 그 안에 들어가 깊은 만남을 하게 되면, 양쪽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지금과는 또 다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Tra Viet 의 다도체험 / To He 작업실에서 Nguyen 대표  >  

                              
 

#2
오래만에 찾은 호치민 모스크 앞의 하랄 음식점. 바로 옆에 세련된 하랄 음식점과 일본 식당이 생겨서 언제부터인지 손님이 적어진건 눈에 띄였는데, 이번에 가보니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인테리어나 서비스는 조금 부족해도 늘 옹고지게 앉아게신 시크한 '인도 주인 할머니'와 '음식 맛'만은 인도에서 맛 본 정통 커리 식당 같았는데, 이번에 먹어보니 이건 뭐 인도 음식인지, 벳남 음식인지... ㅠㅠ;; 에잇, 이젠 나도 안갈란다.

 
<하랄 음식점 내벽 / 보기와는 다르게 의미심장한 맛>




#3
하노이 빠리바게뜨겐 바게뜨가 없다? 호치민에만 있던 한국 프랜차이즈 빵집이 드디어 하노이에도 문을 열었다. 뜨레주르와 빠리바게뜨가 연이어 이곳저곳에 오픈을 했는데 이소식을 들은 왕년에 하노이 살았던 지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그럼 동네 로컬 빵집 다 죽겠네?" 그러게나 말이다. 근데 매장에 가 보니, 베트남 제빵류 중 최다 판매 품목인 '바게뜨'가 없다. 벳남 제과 업계의 상도를 지키는 것일까? 아니면 쫀득쫀득하고 맛있으며 가격까지 저렴한 베트남 국민빵 '바게뜨'를 따라잡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일까?


#4
하노이에서 Viet 선생님을 만났다. 북한 함흥대학에서 6년간 공부하셨다는 선생님을 잠시나마 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선생님의 촌철살인 멘트들에 여러번 감명받기를 여러번, 또박또박 정확하고자 하는 발음으로 해 주신 마지막 멘트엔 정말이지 탄성이..  

"Viet Nam- Han Quoc la anh em sinh doi cung mot benh. 한국과 베트남은 같은 병을 가진 쌍둥이 입니다."


<내 수첩에 빼곡하게 뭔가 적어주시는 Viet 선생님>



#5 
잠시 들르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 장기간 거주하게 되면 오히려 움직임이 더 한정되어, 매일을 여행자 모드로 살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하노이 촌구석에 살 때는 몰았던 구석구석을, 이렇게 가끔씩 방문하는 동안 더 잘 찾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여러번 가 봤던 호떠이(서호)를 다시 찾았는데, 가끔씩 큰 맘먹고 폭식하러 가던 부페 쪽이 아닌 호수 뒷 쪽 골목으로 가보니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유독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세련되 보이는 외관을 가진 집들이 많은 골목으로, 오토바이와 차가 거의 없는 거리에선 사람들이 여유롭게 조깅을 하고 있고, 각 집의 마당에는 수영장이 있고, 멘션에는 풋살장과 골프 연습장도 딸려 있었다. 그리고 아기를 목마 태운 각국의 엄마 아빠들이 공원에 큰 개를 데리고 나와 산책시키고, 일본, 폴란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의 다국적 식당과 가게들이 모여있다. 마치 하노이의 '서래마을' 같구나.




#6
베트남 북부의 화빙(Hoa Binh)성은 고산지형과 선선한 날씨 덕에 꿀이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마이쩌우(Mai Chau)의 꿀이 맛있다. 그런데 그 마이쩌우 사람들이 진짜 꿀이라고 부르는 건 깊은 산 속, 몇개의 마을에서 나는 꿀 뿐이다. 그걸 나에게 누누히 일러주신 하오(Hao) 아저씨와 함께 그 중 하나인 Ban Te (떼 마을)에 들렀다. 아이들의 홈스테이를 부탁하러 간 집은 마을의 경찰 아저씨 집이었는데, 역시 타이족 관습대로 우리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술을 한잔 내미신다. 근데 요녀석 봐라, 달달하니 술에 꿀탄 듯, 꿀에 술탄 듯 너무나도 맛있다. 알고 봤더니 50도가 넘는 베트남 전통 곡주인 '지에우'에 아저씨 댁 1층에서 직접 양봉한 꿀을 섞어 보관하는 이 동네만의 비법이란다. 이런 귀한 손님 접대에 몇잔을 받아 마셨더니, 말 그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구나.

 


<주인 아저씨와 집 앞에서 사진 찍는 뒤로 어마어마한 벌집들이!!>




#7
베트남 중부의 후에 터미널에서 꽝찌에 가는 미니버스(우리나라의 봉고차 정도)를 탔다. 출발시간은 이미 지난 지 오래,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는 심사로 뒷문을 열고 차장이 몸을 반쯤 차문 밖으로 내민채 텅 빈 거리위를 걷는 한 두 명에게 열심히 호객행위를 한다. 덕분에 버스는 몇 십분 째 터미널 근처를 뱅뱅뱅 맴돌고 있다. 차장 옆자리에서 스무살쯤 되어 보이는 손자가 할아버지를 차에 태우고 옆에 앉아 있런 저런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 앉아 있던 청년이 그 손자의 귓등을 손가락으로 '딱' 소리나게 때렸다. 앞에 있던 사람들이 뒤를 힐끔 쳐다보자, 뒤에 있던 청년은 태연하게 "귀에 벌레가 붙어서.."라고 말을 했다. 더욱 놀라운 건 뒤를 돌아봤던 손자와 할아버지 역시 '그런가보다' 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둘의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 역시 시크의 절정은 베트남 사람들!!

버스가 네 바퀴 정도 터미널을 멤돌며 승객을 가득 밀어넣고 본격적인 출발을 할 때 쯤,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던 청년는 차에서 뛰어 내렸다. 그러고는 차가 멀어질때까지 길 위에서 할아버지에게 손을 흔들었다.

 

 

<후에 터미널 미니버스 안에서 창밖 구경 중, 사실 봉고차에는 승객들 보다 각종 화물들이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한다>




#8
베트남 중부 꽝찌(Quang Tri)성의 쩌린(중부 발음으로는 여린)현에 갔다. 꽝아이(Quang Ngai)성, 꽝남(Quang Nam)성은 가 봤지만, 고엽제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 중 하나인 꽝찌성은 첫 방문이었다. 곳곳에 플랜테이션 농법으로 경작되기 시작했다는 고무나무도 신기하고, 후추나무도 신기했다. 나무에 한알한알 알린 후추 열매는 보기 전까지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것이었다.

중부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투명하고 쫀득한 쌀국수 면이 아니라, 하얀색의 점성이 적은 쌀국수인 '분'을 주로 먹는다. 분을 활용한 유명한 음식인 후에(Hue)의 '분보'와는 또다른 맛의 분 쌀국수들이 있었다. 정말 맛있었고, 무엇보다 음식들이 정말정말정말정말 눈물 나도록 쌌다. 중부 물가가, 그 중에서도 이런 시골의 물가는 너무나 고맙도록 쌌다.


<후추나무의 후추열매>




#9
북부는 서늘했고, 남부는 더웠고, 중부는 뜨거웠다. 베트남 남부-북부-중부-북부를 마구 오가면서 지난 2주 간의 내 체감 온도는 너무 자주 변했다. 심지어 중부 광찌(Quang Tri)성의 동하(Dond Ha)역에서 출발하는 하노이행 기차 6인실 침대칸에서는 미친듯이 틀어대는 에어컨에 온갖 욕을 하면서 흔지 않게, 잠자리를 설치기까지 했다. 나로서는 참 드문 일이다.   

아침이 되어 비몽사몽 눈을 뜨니 에어컨 냉기에 온 몸이 얼얼한데다가, 남부에서부터 북쪽까지 올라오는 동안 기온은 점점 내려가서 새벽녘 하노이의 냉기까지 밀려왔다. 지난 밤 번잡하게 꽉 차있던 6인실 침대칸 안에는 건너편 하노이 아가씨와 나 둘만 남아 있었다. 잔뜩 웅크린 채 굳은 몸을 어찌할바 몰라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데, 건너편 아가씨는 침대에 누운 채, 가방에서 온갖 도구들을 꺼내 머리에 뽕을 띄우고, 아이폰으로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그녀의 화려한 아침 치장은 기차가 요동을 치건 말건 하노이 역에 내릴때 까지 계속 되었고, 나는 신기한 듯 계속 그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꽝찌성에 있는 동하역 밤 풍경>




#10
하노이발 루앙프라방 행 버스. 승객의 절반은 설을 맞이해 고향에 가는 라오스 유학생들과 일을 하러 가는 베트남 아줌마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라오스로 넘어가는 외국인 여행자들이다. 옆에 앉은 라오스 유학생과 한바탕 어눌한 베트남어로 대화를 하니, 가끔씩 오지랍 넓은 베트남 아줌마들이 둘 사이를 베트남어로 다시 통역해 주신다. 국경에 다다르자 절반의 승객인 외국인 여행자들이 비자피를 내기 위해 수속을 밟는 동안, 15일 무비자 한국사람은 버스에 먼저 돌아와 뿌듯하게 앉는다. 그것을 본 기사 아저씨가 한국인의 빠른 비자 수속을 축하하며, 버스 안에 있었다던 한국 노래를 틀어준다. "앗싸~ 돌리고 돌리고~, 승객 여러분 잠시 후 휴게소에 정차 할 예정입니다" 라는 멘트와 함께 쿵짝쿵짝 관광버스 메들리가 나온다. 



#11
초저녁부터 버스의 조명을 꺼버리는 통에 너무 어두워 책을 볼수도, 최대 140도 정도로 펴지는 의자 때문에 허리가 너무 아파 잠을 더 잘 수도, 고작 4시간의 밧데리는 이미 방전이 되어 영화를 더 볼수도 없게 되었다. 나는 말똥말똥 뜬 눈으로 느리게 가는 시계를 보면서 폭풍우에 배 멀미도 안하던 나에게 울렁거림을 느끼게 할 정도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25시간이나 오르내렸다. 어찌되었든 결국 이 미친 시간은 모두 흘러서 나는 무사히 루앙프라방에 도착했고, 어렵사리 숙소에 와서 짐을 내려놓고 나서야 기사 아저씨의 머리 위에 내가 가장 아끼는 모자를 얹어 놓고 온 것이 생각났다. 에잇 ㅠㅠ

 
<푸시힐 초입에서 바라본 루앙프라방의 명물 야시장 / 라오스어 동화책을 만들어 팔아 시골 아이들에게 책을 전달하는 청년>


  


덧글

  • 블로그앤미 2014/11/06 14:43 # 답글

    안녕하세요. 블로그 내용이 좋아서♡ 블로그모음 서비스인 블로그앤미(http://blogand.me) 에 등록했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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