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12 23:16

이천십삼년칠월십이일, 서른살의 어느 금요일밤 13' 서울의 일상 :D

나도 한 때는 문학 소녀였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멜랑꼴리한 기분을 좋아라 했고, 우울한 음악을 좋아라 했으며, 감상적인 글쓰기에 홀로 도취했었으나, 문학은 좋아하는 '척'만 했던 그런 소녀였다.

멜랑꼴리는 내 주특기였다. 술마실 때 잘난척하며 진지한 얘기를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내 세상 밖의 사소한 일에도 오지랍 넘게 참견하곤 했다. 그리곤 언제부턴가 멜랑꼴리한 그 느낌을 쫒기 시작했다. 여럿일 때보다 둘일 때를 즐기게 되었고, 둘일 때보다 혼자일 때를 즐기게 되었다. 혼자 거리를 걷기 시작했고, 혼자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혼자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더니,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혼자의 내 모습을 숨기고 싶어서인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촐싹댐'과 '망가지기'는 희생정신으로 무장된 나의 주특기여야만 했다.

아이팟이라는 간지나는 기계가 스물스물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질 무렵, 때 마침 고장나버린 내 아이팟 덕분에 나도 더이상 음악을 잘 듣지 않게 되었다. 아이튠즈에 기가 막히게 정리정돈 되어 있는 32기가 꽉찬 우울하고 오래된, 혹은 어두침침한 구석에서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은 밴드곡들은 그렇게 '바이바이'를 외치며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평생을 들어도 지겹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내 맘대로의 명곡들은 말 그대로 정말 다 들어보지도 못한 채 고장난 아이팟과 함께 내 세상에서 소멸됬다.

열 여덟에 만든 싸이월드라는 신기한 것을 스무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적지근한 사춘기를 보냈던 나에게 싸이월드라는 나만의 공간은 뒤늦은 사춘기 감성의 표출구 역할을 했다. 제작자가 관계, 소통, 네트워크 등의 키워드로 싸이월드를 만든거라면 나는 그것을 내 기록, 정리, 표현의 도구로 활용했다. 물론 배경음악은 대체적으로 나의 멜랑꼴리함을 극대화시켜주는 우울하거나 느린 템포의 곡이었다. 그렇게 미니홈피와 온갖 종류의 블로그를 거쳐 이곳 이글루스에 정착한지도 어언 4년째, 사실 이 공간을 가장 열심히 썼던 기간은 베트남에서 지냈던 2년 이었다. 귀국 후 한국에서의 생활은 뭐가 그리 바쁜지 글을 쓸 시간도, 쓰고 싶은 마음의 여유도 없게 만들었다. 핑계같지만 학교에서 청소년들과의 생활은 한명 한명의 아이가 내 기를 쏙쏙 뺏어간다는 느낌이 들어, 아이들을 보느라 정작 나 자신은 돌아볼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아아주 오랜만에 이렇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아니 누워 있다. 예전에 한창 들었던 'mondo grosso'의 '1974 way home' 이라는 곡을 오랜만에 크게 틀어 놓고선, 이렇게 유치하지만 찬란했던 소실적의 과거들을 곱씹고 있다. 그리고 오래된 아파트 25층 베란다 창문에 부딫히는 오묘한 빗소리의 매력에 다시 도취되고 있다.


글쓰는 게 뭐 별건가 싶다. 어떨 때는 너무 잘 써야지 하는 강박이 생기기도 했고, 어떨 때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인냥 기고글 처럼 쓰기도 했다. 처음 싸이월드를 시작할 때의 '멜랑꼴리하고도 솔직하면서 허세 그득한' 그 글이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남들에게 공개되어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고, 검열을 하고, 교정을 보게되는 페북 글에 익숙해진 나에게, 누가 보건 말건 내 사전엔 무조건 '전체 공개'다!!라는 당당함으로 거침없이 욕도 쓰고, 주제의 일관성 없이 그때 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마구 써내려갔던 장단 없는 그 '막글'이 필요하다. 

'막글', 오늘부터 다시 끄적여 볼란다. 서른 살 어느 날, 스무 살 어느 날처럼 다시.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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